아이의 저항은 나쁜 게 아닙니다.
“싫어!”, “안 할 거야!”,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말입니다. 특히 유아기와 아동기 초반의 아이들은 부모나 어른이 시키는 말에 반항하거나 고집을 부리며 저항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많은 부모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답답하거나 화가 나서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 “저 성격을 고쳐야 하는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정코칭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의 저항은 그저 ‘버릇없는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의 저항 속에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과 욕구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저항 이면에 있는 감정을 잘 읽어주고 코칭해줄 때, 아이는 단순히 고집을 부리는 단계를 넘어 자기 감정을 인식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오늘은 “싫어!”, “안 해!” 말하는 아이의 저항 감정 뒤 읽기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저항의 표면 뒤에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아이의 저항을 볼 때, 부모는 보통 표면적인 행동에만 집중합니다.
“말을 안 들어서 속상해.”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릴까?”
“뭐가 그렇게 싫다는 건지 모르겠네.”
하지만 감정코칭에서는 아이의 저항을 감정의 표현으로 봅니다. “싫어!”, “안 해!” 같은 말은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언어나 경험이 부족해서, 감정을 행동으로 대신 표현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치우라는 말에 “싫어!”라고 할 때, 사실은 “더 놀고 싶은데 벌써 끝내라고 하니까 속상해”라는 감정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옷을 입으라고 할 때 “안 해!”라고 고집부릴 때는 “혼자서 하고 싶은데 엄마가 자꾸 간섭해서 답답해” 같은 감정일 수도 있죠.
부모가 저항의 표면만 보고 “하지 마!”, “그만해!”라고 반응하면 아이는 점점 더 강하게 반항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속으로 눌러버리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저항 이면에 있는 감정을 읽고, 그것을 아이에게 말로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언어로 대신 표현해주기
감정코칭의 핵심 중 하나는 아이가 아직 자기 감정을 잘 모를 때, 부모가 대신 말로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싫어!”라고 소리칠 때 부모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더 놀고 싶어서 치우기 싫은 거구나.”
“혼자 해보고 싶은데 엄마가 도와주려 하니까 화가 났구나.”
“네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자꾸 엄마가 뭐라고 하니까 답답했어?”
이런 말은 아이에게 두 가지 중요한 신호를 줍니다.
첫째, 내 감정을 부모가 알아봐줬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이 느낌만으로도 아이는 강한 저항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내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배움을 줍니다. 아이는 반복적으로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해주는 걸 들으며 점점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말할 힘을 키웁니다.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의 말을 무조건 다 들어주거나 행동을 허락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싫어”라고 말할 수 있는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과, “싫어”라고 말해도 반드시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더 놀고 싶지, 하지만 이제 잘 시간이야”라고 말하면, 아이는 감정은 인정받되 행동의 한계는 배우게 됩니다.
저항을 연결의 기회로 바꾸는 대화법
부모에게 저항하는 순간은, 사실 아이가 부모와 연결되고 싶어하는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내 마음을 좀 알아줘!”, “내 생각을 존중해줘!”라는 마음이 저항으로 나오는 경우죠. 이때 부모가 싸우려 들지 않고 연결의 기회로 삼으면, 아이는 저항을 통해서도 더 긍정적인 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가 네 생각을 말해주니까 고마워. 그런데 엄마는 지금 이걸 해야 해서 네 생각을 좀 더 듣고 싶은데, 잠깐만 기다려줄래?”
“엄마는 네가 혼자 하고 싶어하는 걸 알아. 그럼 엄마가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될까?”
“네가 안 하고 싶은 마음 이해해. 그런데 이건 꼭 해야 해서, 우리 같이 방법을 찾아볼까?”
이런 대화는 아이에게 부모가 내 편이구나라는 느낌을 줍니다. 부모가 나를 통제하려는 상대가 아니라, 내 감정을 존중하고 같이 길을 찾는 동반자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죠.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점점 저항을 강한 고집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문제 해결의 대화를 시도할 수 있게 됩니다.
고집은 감정코칭의 출발점입니다
아이의 “싫어!”, “안 해!”는 부모 입장에서 참 피곤하고 힘든 순간입니다. 하지만 이 저항은 아이의 감정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이때 감정코칭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아이의 고집은 그저 문제 행동이 아니라 감정을 배우고 성장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저항에 짜증 내거나 바로 제압하려 하기보다는, 한 번만 멈춰서 “얘는 지금 무슨 마음이길래 이렇게 말할까?” 하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마음을 다정히 읽어주고, 감정을 말로 표현해주며, 연결의 대화를 이어가 보세요. 아이는 그 과정을 통해 점점 더 건강하게 자기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게 됩니다.
오늘 하루, 아이의 “싫어!” 속에 숨어 있는 마음을 찾아보는 부모의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