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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유아의 복합 감정 코칭

by threejae23 2025. 5. 10.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는 유아들은 또래 아이들과 조금 다른 정서적 경험을 겪습니다. 가정에서는 부모 중 한 명(또는 두 명)의 모국어와 문화를 접하고, 바깥세상에서는 주류 사회의 언어와 문화를 맞이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언어적 혼란, 정체성 혼란, 소속감의 갈등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집에서는 엄마의 한국어를 쓰고 어린이집에서는 현지어(예: 영어, 일본어, 독일어 등)를 쓰면서 “나는 어디에 속하는 사람일까?”, “왜 우리 집은 다른 친구들이랑 다르지?” 같은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감정은 아이의 발달에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부모가 잘 이해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아이에게 불안과 위축, 때로는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다문화 가정 유아의 복합 감정 코칭 방법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다문화 가정 유아의 복합 감정 코칭
다문화 가정 유아의 복합 감정 코칭

언어와 문화 혼란 속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리기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처음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언어적 혼란입니다.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언어(예: 엄마의 모국어)와 어린이집, 학교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 때, 아이는 “내가 잘못 말하고 있나?”, “왜 두 가지 언어를 써야 하지?” 같은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말을 배우는 초기 단계의 아이에게는 이중 언어 환경이 작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감정 신호들이 있습니다.

아이가 특정 언어 사용을 갑자기 거부하거나 싫어할 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에서 위축되거나 자신 없어 보일 때

“나는 왜 친구들이랑 달라?”, “왜 엄마는 다른 엄마들이랑 다르게 생겼어?” 같은 질문을 할 때

이런 순간에는 “어린애가 뭘 안다고 그래”, “너는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는 거니까 받아들여야지” 같은 반응을 하기보다는, 아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인정하고 주의 깊게 읽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혼란은 일시적이지만, 부모가 감정코칭으로 그 과정을 함께해 줄 때 훨씬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언어와 감정 연결해주기: 말로 못한 마음 꺼내주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때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언어 습득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모와 사회의 언어가 다르다 보니 감정 표현이 두 언어 어디에서도 완전히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대신 언어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유치원에서 현지어로 힘들었던 일을 제대로 말하지 못해 답답해할 때, 부모가 “혹시 친구들이랑 말이 잘 안 통해서 속상했어?”, “무슨 말인지 몰라서 화났어?”라고 대신 말해주기

집에서 엄마의 모국어로 부모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부 반응을 보일 때 “지금은 다른 말로 듣고 싶어서 그런 거구나”, “우리말을 들으면 헷갈리니까 피곤할 수도 있겠다”라고 감정을 읽어주기

이때 부모가 꼭 숙지해야 할 점은 감정을 해석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건 네가 잘못 이해한 거야”, “다문화니까 원래 그래”라고 설명하는 순간, 아이는 감정을 숨기거나 혼자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대신 부모는 감정 그 자체를 “그럴 수 있어”, “그래서 속상했구나”라고 인정해 주어야 아이가 안전함을 느낍니다.

 

정체성 혼란을 긍정적 자부심으로 바꾸는 대화법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겪게 되는 중요한 감정은 정체성의 혼란입니다. “나는 한국 사람일까, 현지 사람일까?”, “왜 나는 친구들이랑 머리 색, 말투, 음식이 달라?” 같은 생각은 아이의 소속감과 자존감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때 부모가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자부심은 크게 달라집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감정코칭 접근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의 문화적 배경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 “우리 가족은 두 나라 문화를 다 알고 있어서 얼마나 멋진지 알아?”, “너는 친구들보다 더 많은 언어를 할 수 있어서 정말 특별해.” 이런 말은 아이가 다문화 가정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의 경험을 부모와 연결짓기: “엄마도 어릴 때는 이 나라에 처음 와서 말이 잘 안 통해 속상했던 적이 있어.” 부모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면 아이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혼합된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기: “넌 한국 사람이기도 하고, 이곳 사람이기도 해. 둘 다 네 거야.” 아이에게 하나를 고르라고 강요하지 않고, 두 가지 정체성을 통합할 수 있는 메시지를 주어야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말과 표정을 주느냐는 아이의 자기 감 형성에 결정적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눈빛과 말투에서 “나는 괜찮은 존재구나”, “우리 가족은 특별하구나”라는 감정을 배우게 됩니다.

 

다문화 아이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부모의 연습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언어, 문화, 정체성의 여러 층위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부모가 감정코칭을 통해 아이의 감정을 잘 읽어주고, 언어로 풀어주고, 긍정적인 자기 자부심으로 이끌어주면 아이는 혼란 속에서도 건강하고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아이가 무심코 던진 말이나 행동 속에서 “혹시 이 아이가 언어나 문화 차이로 힘들어하고 있지 않을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랬구나, 그래서 속상했구나”, “너는 우리 가족의 특별한 다리야” 같은 다정한 말을 건네보세요. 부모의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평생의 정체성과 자부심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